74일간의 기다림, 끝내 고향으로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 끝에 숨진 20대 한국인 대학생의 유해가 21일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경북 예천 출신 박모(22)씨가 사망한 지 74일, 현지에서 시신이 발견된 지 73일 만에 유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유해를 인수한 뒤 유족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며, 경찰은 유족의 뜻을 고려해 송환 절차와 관련한 별도의 공개 일정이나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부검 결과 "장기 훼손 없어"
한국 경찰과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20일 오전 10시 35분(현지시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프놈펜 센속 지역 턱틀라 사원에서 합동 부검을 실시했습니다. 부검에는 한국 측에서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장, 경북청 수사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의 3명,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 등 6명이 참여했습니다.
부검 결과 시신에서 장기 등 훼손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은 "부검 과정에서 앞서 문의가 많았던 시신 훼손은 없었다고 확인됐다"며 "정확한 사인은 향후 국내에서 예정된 조직검사 및 약·독물 검사, 양국에서 진행 중인 수사 결과 등을 종합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부검이 끝난 후 오후 1시 40분께 화장 절차가 시작됐으며, 박씨의 시신은 지난 8월부터 2개월 넘게 해당 사원 내 안치실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사건의 전말: '박람회'라던 말은 함정이었다
박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을 남긴 채 캄보디아로 출국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포통장 모집 조직의 치밀한 함정이었습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박씨는 대포통장 알선책 홍모(20대·구속기소)씨가 속한 조직의 지시에 따라 캄보디아로 출국했습니다. 박씨는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고 캄보디아 범죄 단지로 건너갔으나, 이후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돼 고문을 당했습니다.
출국 약 3주 후인 8월 8일, 박씨는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일대 차량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지 경찰이 박씨 시신을 발견할 당시 몸에는 멍 자국과 상처 등 고문 흔적이 확인됐으며, 캄보디아 수사 당국은 초기에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를 사인으로 판단했습니다.
대포통장 조직의 잔혹한 실체
박씨가 캄보디아에 간 이유는 대포통장 명의자로 이용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텔레그램 '범죄와의 전쟁2' 운영진은 "박씨는 대포통장 명의자로 캄보디아로 넘어간 뒤 5700만원 금원에 사고가 발생해 폭행과 감금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씨 가족은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남성으로부터 "박씨가 사고를 쳐 감금됐으니 해결하려면 5000만 원을 보내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습니다. 2주 후 가족은 박씨가 숨졌다는 비보를 전해 듣게 됩니다.
국내 연루자들 속속 검거
경찰은 지난 9월 대포통장 알선책 홍모씨를 검거해 구속기소했습니다. 홍씨는 박씨와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이었으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다음 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어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7일 박씨 명의 통장 개설을 주도하고 캄보디아 출국을 유도·관여한 혐의로 20대 A씨를 인천에서 검거했습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19일 "범죄 혐의와 관여 정도에 비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은 박씨의 통장에 있던 조직 범죄 수익금 수천만 원이 인출된 정황을 파악하고, 자금 흐름과 자금 인출 연루자들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자금 인출에 연루된 관계자가 최소 3명 이상"이라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캄보디아 측, 중국인 3명 기소
캄보디아 캄포트주 지방법원 검찰청은 박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3명을 살인 및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경찰은 박씨의 시신이 발견된 차량의 운전자 리씨(35)와 동승자 주씨(43)를 체포했으며, 이후 박씨가 감금돼 있던 보코산 지역 범죄단지를 조사해 류씨(35)를 추가로 검거했습니다.
현지 수사당국은 범죄 단지를 봉쇄하고 관련 증거물을 압수했으나, 이들의 한국 송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국제법상 재판권은 범죄가 발생한 국가가 우선권을 갖기 때문입니다.
급증하는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사건
이번 사건은 캄보디아에서 급증하고 있는 한국인 납치 사태의 비극적 단면입니다.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이었지만, 2024년 220건, 2025년에는 8월까지만 33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 지역에 여행금지(4단계), 시하누크빌주에 출국권고(3단계), 프놈펜시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22살 청년은 단지 일자리를 찾아 캄보디아로 떠났습니다. 할머니 병원비를 벌기 위해서였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것은 잔혹한 범죄 조직의 함정이었고, 그 결과는 죽음이었습니다.
74일간 이국땅에 홀로 남겨졌던 박씨가 이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경찰은 "박씨를 캄보디아로 보낸 경위와 윗선 등 연루자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며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의 위험성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해외 일자리 제안에는 반드시 경계심을 가져야 하며, 특히 대포통장 개설과 같은 불법 행위에 연루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박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청년들을 범죄 조직의 손아귀로부터 보호하고 해외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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