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의 수리의무,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전월세 계약을 맺고 살다 보면 누수, 보일러 고장, 벽 균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럴 때 '집주인이 고쳐줘야 하나, 내가 고쳐야 하나?'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임대인의 수리의무에 대해 법적 근거와 판례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법적 근거: 민법 제623조

우리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에게 수선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수리책임을 집니다.

임대인이 수리해야 하는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의 수선의무 범위는 다음과 같이 명확합니다.

대수선 및 주요 구성부분의 수리

• 벽 균열 발생 및 누수: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해당하여 임대인이 수리해야 합니다
• 보일러 고장: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로 임대인 책임입니다
• 지붕 및 외벽 파손: 건물의 구조적 문제는 당연히 임대인 의무입니다
• 배관 교체: 노후화된 배관의 대규모 교체는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대법원은 "수선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라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차인이 수리해야 하는 경우

반대로 다음과 같은 경미한 수리는 임차인의 몫입니다.

• 형광등 교체: 일상적인 소모품 교체
• 변기 사소한 수리: 간단한 부품 교체
• 문고리 수리: 별비용 없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정도

 

판례는 "임차인이 별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임차인이 수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수선의무 판단 기준

대법원은 임대인의 수선의무 여부를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 목적물의 종류 및 용도
2. 파손 또는 장해의 규모와 부위
3.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4. 수선이 용이한지 여부와 소요 비용
5. 임대차계약 당시 목적물의 상태와 차임의 액수

특약이 있다면?

계약서에 "임차인이 수리한다"는 특약이 있어도, 대규모 수선은 여전히 임대인 책임입니다. 판례는 특약으로 면제되는 수선의무는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 수선에 한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 대수선이나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는 특약이 있어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수리를 거부한다면?

민법 제626조에 따라 임차인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1. 차임지급 거절: 일부 또는 전부 거절 가능
2. 계약 해지: 수선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지
3. 비용청구: 임차인이 먼저 수리 후 비용 청구
4. 차임 공제: 수리비용을 차임에서 공제

실제로 서울 은평구의 한 세입자가 누수 피해로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했지만 방치되자 직접 수리하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가 있습니다.

임차인의 통지의무

민법 제634조는 임차인에게 통지의무를 부여합니다. "임차물의 수리를 요하거나 임차물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 때에는 임차인은 지체없이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합니다. 수리가 필요한 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임대인에게 알려야 나중에 분쟁이 생기지 않습니다.

실전 팁

1. 문서로 남기세요: 수리 요청은 반드시 문자나 이메일로 남겨 증거를 확보하세요
2. 사진 촬영: 파손 부위와 정도를 사진으로 기록해두세요
3. 합리적 기간 부여: 임대인에게 수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을 먼저 주세요
4. 전문가 상담: 분쟁이 예상되면 변호사나 한국법률구조공단에 상담하세요

임대차 관계에서 수리의무는 임차인의 주거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법과 판례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막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차분히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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