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지 못할 기억을 품은 '작은 물건' 하나

우리에겐 하나쯤 ‘버릴 수 없는 물건’이 있습니다.
고장 나서 더는 쓸 수 없는데도, 낡아서 흉해졌는데도, 어쩐지 쓰레기통에 던질 수 없는 그런 것.
누군가 보기엔 쓸모없고, 낡았고, 감정 따윈 담기지 않은 ‘물건’일 뿐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그게 기억이고, 풍경이고, 누군가의 말투와 표정이고, 사라진 시간의 조각이기도 하죠.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아주 오래된,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단 하나의 물건에 대하여.
🧣 낡은 목도리 한 장에 담긴 겨울
제 옷장 안에는 벌써 실밥이 풀리고, 색이 바랜 낡은 회색 목도리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나오는 가볍고 따뜻한 기능성 목도리보다 불편하고 투박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년 겨울이면 꼭 그 목도리를 꺼내게 됩니다.
이 목도리는 고등학교 시절, 엄마가 직접 떠주신 것이에요.
당시에는 “촌스럽다”며 들고 다니는 게 부끄럽기만 했는데, 그 겨울이 지나고, 엄마가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이 목도리는 단순한 ‘방한용품’이 아닌, **마음의 방패**가 되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날, 목을 감싸던 그 따뜻한 감촉. 그건 실이 아니라, 사랑이었습니다.
🎶 오래된 카세트테이프 하나

요즘엔 휴대폰으로 수천 곡의 음악을 순식간에 들을 수 있지만, 제 서랍 안에는 여전히 한 개의 카세트테이프가 조심스럽게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 테이프는 대학 시절, 친구가 생일 선물로 직접 녹음해준 ‘라디오 형식의 메시지’ 테이프입니다.
사소한 일상 이야기, 좋아하던 노래, 그 사이사이에 담긴 “힘들지?”, “요즘 잠은 잘 자?” 같은 목소리.
시간이 흘러 그 친구와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지만, 그 음성은 여전히 제 귓가에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가끔 꺼내서 듣고, 혼자 웃기도 하며 그 시절의 나와 마주합니다.
이 작은 테이프는, 내 청춘의 온도를 기억하는 유일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 한 장의 손편지
전자우편, 메시지, SNS가 익숙한 요즘에도 저는 가끔 서랍 속 ‘진짜 편지들’을 꺼내 봅니다.
그중 하나는 군 복무 중 아버지에게서 받은 손편지입니다.
말수가 적었던 아버지는 평소엔 표현이 서툴렀지만, 편지에서는 달랐습니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괜찮다. 아빠는 늘 네 편이다.”
딱 두 줄. 그런데 그 두 줄이 군 시절 가장 힘들었던 저를 견디게 해준 힘이었습니다.
그 편지는 누렇게 변색되고, 접힌 자국도 많지만, 제게는 세상 어떤 상장이나 인증서보다 더 빛나는 ‘마음의 상장’입니다.
👟 낡은 운동화 한 켤레
몇 년 전, 퇴사 후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뭐든 해보고 싶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시기.
저는 무작정 동네를 걸었습니다. 하루에 2만 보, 3만 보…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몇 달을 걸으며 위로받았고, 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신었던 낡은 운동화가 지금도 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발뒤꿈치가 닳아 있고, 흙도 지워지지 않았지만, 그 신발에는 제가 다시 일어나던 날의 기록이 담겨 있죠.
그래서 절대 버릴 수 없습니다. 그건 단지 신발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안아줬던 시간의 증거**니까요.
🌟 당신에게도 하나쯤 있지 않나요?
당신의 마음을 지켜준 물건, 잊고 지낸 시간을 끌어내는 조각.
그것이 오래된 사진일 수도 있고, 책갈피에 꽂힌 버스 티켓일 수도 있고, 깨진 컵, 편지 봉투, 조그마한 열쇠고리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물건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버려도 되는 물건이지만, 절대 버릴 수 없는 그 감정.
우리는 그렇게 ‘작은 것’으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 글을 마치며 – 마음 한편의 ‘작은 박물관’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작은 박물관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 안에는 낡고 바랜 것들이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만큼은 어떤 물건도 쓸모없지 않습니다.
오히려 낡았기에, 오래 지녔기에, 마음이 담겨 있기에 더 소중하죠.
오늘 밤, 조용히 내 서랍을 열어보세요.
그리고 ‘아직도 왜 이걸 갖고 있지?’ 하는 그것을 한 번 꺼내보세요.
그 안에는 당신이 잊고 지낸 **어떤 따뜻한 사람이**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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